시장분석, 산업분석, 기업분석에 있어 재무제표 분석 과정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재무분석의 기본이 되는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에 대해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필요성
세상에는 다양한 정보가 있습니다. 이중에는 정성적인 정보도 있고, 정량적인 정보도 있는데요. 정량적인 정보에도 이루 다 셀 수 없을 만큼 매우 다양한 유형의 정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종류의 정보 중에서도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정보가 있습니다. 바로 재무 정보입니다.
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리서치 항목 중에서 재무 분석을 특히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법도 한 게, 일단 용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매출, 비용, 이익까지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매출채권, 유동자산, 영업사용권, 자본잉여금, 감가상각비, 대손충당금, 이월결손금 같은 전문 용어들을 보다 보면 이건 내가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합니다.
숫자만 봐도 울렁증이 오고, 용어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데 왜 굳이 재무 분석을 해야 할까요? 그 이유는 재무가 곧 기업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일종의 ‘마법 구슬’이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그대로 나타내는 발자국과 같아서 사업 구조, 경영 역량, 경쟁 우위 등을 모두 내포하고 있습니다. 재무 분석을 잘 이용하면 해당 산업에서 어떤 기업이 가장 잘하고 있는지, 그 기업은 어떤 부분을 왜 잘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으며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간접적인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과거가 미래를 반드시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기업의 과거 재무 수치들을 보다 보면 그 기업의 미래 모습을 대략적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힌트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재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알게 모르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전략이나 사업 기획 등과 연관된 직무에 종사 중이라면 그 격차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재무 분석으로 할 수 있는 것들]
- 내가 관심 있는 기업의 과거·미래를 볼 수 있게 해줌
- 벤치마킹 업체에 대한 재무 분석, 사업 모델 분석을 통해 내 업무에 필요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음
- 특정 산업·기업과 관련하여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수 있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가 재무 분석을 할 때 반드시 공인회계사 수준의 전문적인 재무·회계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일상 업무에서는 재무·회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과 관심만 있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훨씬 많은 정보와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이고 유용한 재무적 개념부터, 이를 가지고 도대체 어떤 재미있는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대차대조표
재무제표란 말 그대로 특정 기업에 대한 재무 정보를 잘 정리해둔 표를 의미합니다. 재무제표는 크게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라고 하는 3가지 유형의 자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름부터 벌써 낯설고 무언가 두려움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느낌이 들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용어는 어려워 보여도 조금만 살펴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대차대조표란 한 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 현황을 볼 수 있는 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부채는 말 그대로 남에게 빌린 돈, 자본은 내 돈, 그리고 자산은 부채와 자본을 통해 마련한 자산들을 의미합니다. 부채와 자본은 왼쪽에 표시되고 자산은 오른쪽에 표시됩니다. 대차대조표에는 재미있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방금 말한 것처럼 자산은 결국 남의 돈(부채) 아니면 내 돈(자본)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자산의 총 금액은 언제나 부채와 자본을 합한 총 금액과 동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두고 ‘대차대조표의 좌변의 합과 우변의 합은 항상 동일해야 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재무제표를 이해할 때는 우리의 가계부를 떠올리면 좋습니다. 우리가 아파트를 하나 구매했다고 생각해볼까요? 우리가 구매한 해당 아파트의 가격은 6억 원인데, 이를 구매할 때 내 수중에는 2억 원밖에 없어서 은행에서 대출을 4억 원을 받아서 집을 사게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내 아파트 가격의 총 금액인 6억 원은 그대로 자산에 기록되고 실제 내 돈이었던 2억 원은 자본에, 남의 돈이었던 은행 대출 4억 원은 부채에 기록됩니다. 그리고 내 돈과 은행 대출 금액을 합치면 자연스럽게 아파트 가격과 동일해집니다.
자산은 크게 유동자산과 고정자산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유동자산은 말 그대로 유동적으로 금방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산들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현금, 은행 예치금, 남에게 빌려줬지만 곧 받기로 되어 있는 돈 등이 포함됩니다. 고정자산은 반대로 내 자산이지만 현금으로 금방 바꾸기 어려운 것들을 의미합니다. 고정자산에는 생산·사업 활동과 관련된 토지, 건물, 기계, 자동차 같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채는 남의 돈, 즉 다른 사람에게 빌리거나 아직 갚지 않은 돈으로 대출, 결제대금, 외상 같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부채 역시 그 성격에 따라 유동부채와 그렇지 않은 부채로 나뉠 수 있습니다. 대차대조표를 구성하고 있는 항목들을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면 더 좋겠지만, 일단 우리가 원하는 재무 분석을 하는 데 있어서는 이 정도만 이해하고 있어도 충분합니다.
모든 전문 용어를 다 알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대차대조표가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대차대조표는 이 하나로도 해당 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인사이트를 전달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무제표를 이해할 때는 우리의 가계부를 떠올리면 좋다고 했습니다. 개인의 경우 본인의 소득 수준이나 자산 규모에 비해 은행 대출이나 빚이 너무 많으면 흔히들 무척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부채 비율이 업계 평균이나 유사 업체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면 조심해야 합니다. 이자 비용도 많이 나가고, 부채는 언젠가는 상환해야 하는데 그 시점에 충분한 현금이 없다면 멀쩡하던 기업도 갑자기 파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차대조표뿐만 아니라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을 분석할 때는 해당 기업이 어떤 산업에 속해 있는지를 보고, 동종 업계에 있는 다른 업체들과 수치를 비교하면서 분석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부채 비율이 50%라고 하면 이게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기준을 잡기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 설비가 많이 필요한 산업은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반대로 IT 기업 등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볼 때는 동종 업계 내에 있는 비교하면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무제표 분석: 손익계산서
손익계산서는 우리가 산업·기업 분석을 할 때 가장 자주 활용하게 되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손익계산서에는 해당 기업의 사업 실적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매출, 비용, 영업이익과 같은 숫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익계산서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크게 매출, 매출원가, 판관비, 영업이익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매출에서 매출원가, 판관비를 빼면 해당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나옵니다. 매출원가는 제품을 제조하는 데 직접 투입된 원가를 의미하며, 판관비는 인건비나 마케팅비 등 부수적인 비용들을 말합니다.
손익계산서에서는 회사의 매출이 어떤 방식으로 발생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출에는 제품매출, 상품매출, 수수료수익, 용역수익 등이 포함될 수 있는데요. 여기서 보통 제품매출은 직접 제작한 상품을 판매한 매출을, 상품매출은 다른 기업의 상품을 사서 되판 매출을 의미합니다. 중개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수수료수익이라고 보통 표현합니다. 사업 구조에 따라 매출원가를 집계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는데, 제품매출의 경우 직접 투입된 제조 원가를 의미하며 수수료수익의 경우 매출원가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관비는 판매관리비를 줄인 말로 매출원가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의미합니다.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판관비의 규모나 비중이 달라지므로 매출 대비 판관비 비율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일한 업계의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특정 비용이 많다면, 비용 절감이 필요한 항목이라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현금흐름표
현금흐름표는 재무제표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고서 작업에서는 손익계산서 위주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사업에서는 현금흐름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는 합니다.
현금흐름표는 크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회사의 사업을 통해 발생한 현금 유출입을 의미하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자산 취득이나 매각을 통해 발생한 현금 유출입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대출 상환, 배당 등과 관련된 현금 유출입을 의미합니다.
현금흐름표는 항상 모든 항목이 플러스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영업활동은 플러스, 나머지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보통 표현합니다. 이를 일반적인 개인에 빗대서 설명하면 월급이 생활비보다 많고, 그 돈으로 투자를 하며 대출도 잘 갚아나가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금흐름표를 볼 때 특히 중요한 항목 중 하나는 바로 ‘기말현금’입니다. 기말현금은 개인의 은행 잔고와 비슷한 개념으로,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수치인데요. 특히 적자 기업이 기말현금까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면 생존 기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재무제표는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재무제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재무제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