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분석, 산업분석, 기업분석에 있어 재무제표 분석 과정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장만 하면 다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재무분석 사례를 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성장만 하면 다 괜찮은 것 아닌가요?
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 중 하나는 바로 성장률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기업이 고객 수나 매출이 성장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을 볼 때 꼭 유의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100% 괜찮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부분은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럴 때 재무 분석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성장 중이나 적자도 커지는 경우
이번에는 C라는 성장 중인 회사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겠습니다. 성장 중인 기업은 특정 시점의 재무제표만 보는 것보다, 연도별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트렌드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C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이 1년 차에 18억 원, 2년 차에 22.5억 원, 3년 차에 36억 원으로 2년 만에 2배 정도 성장하며 우상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출 아래의 비용과 영업이익은 어떨까요?
우선 매출원가가 눈에 띕니다. 매출은 2배 증가했는데 매출원가는 5.6억 원에서 29.9억 원으로 무려 6배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매출이익률은 69%에서 17%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장이 정상적이라면 매출이익률은 개선되거나 최소한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기업은 성장 속도와 반대로 매출이익률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제 값을 받지 못하거나, 원가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출원가율이 이 정도로 높으면 판관비를 잘 관리해도 이익을 남기기는 어렵습니다. 100원을 팔면 17원만 남는데, 여기서 인건비, 수수료, 마케팅 등을 제하면 남는 돈이 없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매출 대비 인건비가 55%, 경상개발비는 59%, 지급수수료는 64%에 달하고 있어 이미 판관비만으로도 적자인 상황입니다. 여기에 매출원가까지 높으니 매우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재무 분석을 할 때 각 세부 항목을 잘 살펴보는 것도 그 기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회사의 경우 매출은 작지만 인건비와 경상개발비가 높은 편인데요. 이는 기술 중심의 벤처 기업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기술 기반 벤처 기업은 잘되면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기술이 어느 정도 시장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렇게 재무 분석을 잘 이용하면 같은 기업이라도 어떤 부분에 좀 더 주목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더 꼼꼼하게 조사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애초에 흑자를 볼 수 없는 사업
다른 성장 중인 회사의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1년 차에서 2년 차에 2배 이상 성장했고, 2년 차에서 3년 차에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었으나 여전히 매출이 증가하여 2년 만에 매출이 3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매출 규모도 앞서 살펴본 C 회사보다 큽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앞선 C 회사보다 더 나은 상황일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매출원가가 매출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매출원가율이 163%에 달하는데, 이는 1,000원짜리 제품을 만드는데 1,630원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즉, 제품을 팔 때마다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초기에는 원가율이 높아도 일정 규모가 되면 원가율이 낮아지면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매출이 100억 원을 넘었음에도 매출원가율이 163%로, 초기의 148%보다 더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매출원가뿐만 아니라 급여 역시 매출보다 많아 매출원가를 낮춘다고 해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기에 추가적인 지급수수료, 광고비, 운반비 등도 큰 부담이 되어 외면적으로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석됩니다.
만약 이러한 기업을 매출 성장만 보고 판단했다면, 우리는 이 회사를 성장성이 뛰어난 우량 기업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재무 분석은 겉으로 드러난 성장과 그 아래 숨겨진 문제점을 분별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