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분석, 산업분석, 기업분석에 있어 재무제표 분석 과정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재무제표 분석 ⑤ 겉으론 달라 보이는데 사실 서로 비슷한 기업들?’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재무분석 사례를 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다른 서비스, 같은 수익모델

실제 비즈니스 세상에서는 기업 소개 자료, 뉴스, 보도자료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겉모습과 속에 감춰진 실제 모습이 다소 다른 경우가 많이 존재합니다. 이를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겉모습을 한 꺼풀 벗겨내고 실제 그 안에 있는 ‘진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는데요. 재무 분석은 이 경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비스의 외형은 서로 다르지만, 실제 수익모델은 상당히 겹치는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포털, 메신저, 커머스, 소셜미디어 같은 서비스들은 겉으로만 보면 서로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포털은 검색할 때, 메신저는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커머스는 물건을 살 때, 소셜미디어는 다른 사람의 포스팅을 볼 때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다른 서비스, 같은 수익모델
재무제표 분석: 다른 서비스, 같은 수익모델

포털, 메신저, 커머스, 소셜미디어 같은 서비스들은 어떻게 돈을 벌까요? 이 서로 다른 4종류의 서비스가 실제 매출을 일으키는 주 수익원 중 하나는 광고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보여주는 대신 그 대가로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수취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 서로 다른 4종류의 서비스가 갑자기 엄청난 경쟁자가 됩니다. 광고주의 한정된 예산을 놓고 내 서비스에 더 많은 광고비를 써달라고 경쟁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아주 간단한 예시지만, 이렇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업 구조를 파악할 때도 재무 분석은 매우 요긴하게 활용되고는 합니다.

재무제표 분석: ‘진짜’ 혁신 판별하기

이번에는 좀 더 흥미로운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새롭고 독창적인 서비스들이 많이 출시됩니다. 특히 IT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고 투자금이 집중되면서 많은 기업이 자신을 ‘IT 기업’ 또는 ‘AI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재무 분석을 잘 이용하면 이러한 포장이 단순한 마케팅인지, 아니면 어떤 기업이 진짜로 기술력과 혁신성을 가지고 있는지 가려내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 분석: '진짜' 혁신 판별하기
재무제표 분석: ‘진짜’ 혁신 판별하기

위 도표는 어느 한 AI 스타트업과 전통 유통사의 손익계산서입니다. 이 AI 스타트업은 외형상으로는 무척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종의 AI 기반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 업체로, 매달 일정 금액의 구독료를 내면 AI를 통해 소비자가 좋아할 제품을 예측하여 주기적으로 개인 맞춤형 제품을 보내주는 곳입니다. 요즘 가장 핫한 AI에 구독형 사업모델까지 더해졌으니 무척 앞서나가는 사업모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이 기업이 가진 기술이 실제로 유효하다면, 재무제표에서도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 발생 방식이 기성 기업과 다르거나, 특정 항목에서 비용 효율성이 높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영업이익률을 보면 -3%로, 전통 유통사의 12%와 비교해 오히려 15%p 낮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해당 AI 스타트업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이 5.1억 달러로 되어 있습니다. 이 매출은 구독료를 통해 정기적으로 발생하지만, 사업모델 자체가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미리 매입해 소비자에게 되파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상품매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매출원가는 2.9억 달러로 매출원가율은 약 57%이며, 나머지 판관비가 46%를 차지해 결과적으로 -3%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통 유통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이 2.1조 원, 매출원가는 1.2조 원으로 약 56%의 매출원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AI 큐레이션 스타트업이나 전통 유통사나 잘 알려진 브랜드의 상품을 매입해 되판다는 사업 구조는 동일하기 때문에 매출원가율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판관비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AI 스타트업의 판관비는 매출 대비 46%인 반면, 전통 유통사는 인건비, 판매수수료, 운반비 등을 모두 합쳐도 31%에 불과합니다.

외형상으로는 이 AI 큐레이션 스타트업이 기존 전통 유통사와는 무척 다른, 혁신적인 미래 회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무 분석을 통해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 기업의 사업 구조는 기존 전통 유통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비용 효율성은 떨어지고 영업이익률도 더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I 기술과 구독모델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면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사용자는 AI가 추천하는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구독료를 내고 매달 정해진 제품을 받는 것이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해서 구독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수령한 제품 중 일부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반품, 환불하는 상황이 발생해 기업은 제품을 싸게 파는 데다 반품, 환불도 잦아 비용 효율성과 이익률이 전통 유통사보다 떨어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던 이 회사가 자랑하는 AI 기반 추천과 구독모델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재무 분석은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의 실제 모습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돋보기’ 역할을 합니다. Myth와 Fact를 잘 분별할 줄 아는 것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의사결정이나 전략·기획 업무를 할 때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기회에 평소 관심 있던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한 번 살펴보고,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재무제표에서의 실제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